강제욱

강제욱(1977~)은 1996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입학한 후 첫 여름방학을 이용해 유럽으로 미술관 순례를 떠났다. 이 후로 대학을 다니면서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탐험가로서의 열정을 가슴에 품고 틈만 나면 배낭을 메고 오지로 떠났다. 항상 저 멀리 떠나 있거나 혹은 떠남을 준비하는 삶에 젖어 살았다. 4학년이 되었을 때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다. 달라이라마와 송두율 교수의 초청강연회 그리고 방북사업 등 문화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다. 200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였던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였다. 이후로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증언자로서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의 삶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인문지리, 환경, 역사 등을 주제로 하는 사진작업을 하여 매체를 통해 발표하게 되었다. 1999년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첫 다큐멘터리 작업은 만주지역의 『발해 유적』과 『항일운동의 현장』이었다. 이후에는 티베트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한 작업을 하다가 한국을 훌쩍 떠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봉사단원으로 남미 파라과이의 니엠부라고 불리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목공교사로 근무했다. 아주 느린 시간 속에서 과라니 족의 후예들과 어울리며 봉사활동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귀국 후에는 기후변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구의 환경에 대한 작업을 하기 위해 세상 곳곳으로 향하였고 10년에 걸친 작업은 2017년이 되어「더 플래닛」(눈빛 출판사)」이라는 제목의 사진집으로 발행되었다.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청어람 미디어)등 다수의 공저를 발행했으며 15여회의 개인전 그리고 80여회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장준하』,『재난』,『전쟁』을 주제로 하는 작업을 마무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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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이후의 세계

죽음, 즉 소멸의 가장 큰 발명품은 생이다. 오늘이 얼마나 참혹하거나 혹은 황홀하여도 다음날이 되면 역시 해는 떠오르고 해가 지면 달이 떠오른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고 나면 가을을 거쳐 겨울로 사그라든다. 물은 봄을 축복한다. 생이 왔음을 환호하고 대지는 환한 꽃으로 응답한다. 물방울은 하나마다 삼라만상을 적시며 세상을, 현생의 온 우주를 표면에 반영한다. 물은 모든 생의 일부이고 생은 물의 일부이기도 하다. 물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가로질러 무한의 세계로 흐른다. 봄의 절정, 감로수로 자연이 인간에게 보낸 선물 아기부처의 정수리를 적신다. 길을 잃은 인간들을 봄을 지나 여름으로 잘 인도해 주시기를 기원하며.
재난의 참혹한 풍경 앞, 겨우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려보면 오히려 넘치는 생명력과 문명의 때를 벗은 아름다운 자연으로의 회기를 발견한다. 초원을 호령했던 제국들도 결국 한줌의 모래로 사라진다. 꽃은 활짝 피고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 언젠가 도로는 강이 되고 시멘트에도 식물은 뿌리를 내린다. 새들은 지저귀고 문지기 개들은 자유를 얻는다. 빛은 찬란하게도 이들을 비춘다.
잠이 들면 나는 철새가 되어 지구를 내려다보며 유영한다. 심연의 숲에서 날아올라 근육질 도시의 불빛을, 어머니 바다의 품을 지나 공의 사막에 이른다.
나의 뼈와 살은 어디에서 부터 왔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나의 생을 위해 살을 내어준 생명체들의 꿈들에 빚을 진다. 태양을 떠나온 빛이 지구에 도착한다. 물과 태양은 대지와 함께 생명들을 빚어낸다. 이 생에서 저 생으로 무한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북극을 탐험하였던 물고기가 내 생의 위장을 통해 육지에 잠시 머문다. 나의 뼈와 살도 언젠가 토양을 기름지게 할 것이고 식물이 되어 꽃을 피울 것이다. 내 사진들과 원목 액자들이 언젠가 태양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갔던 숲의 일부였음을 기억한다. 유리는 그리고 모래는 어떠한가.
인생의 여름에 시작한 이 작업이 가을에 이르러서야 완성이 되었다. 인내심을 갖고 곁을 지켜준 이들에게 감사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나를 세상의 다양한 장소들로 이끌었다. 사진은 인간이라는 나무가 자신이 속한 숲의 전체 모습을 상상하려는 시도이다.
재난의 현장에서 문명 이후의 세상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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